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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책]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by 마쓰다 아오코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by 마쓰다 아오코

 


 



일본의 대표적인 페미니즘 작가가 쓴 소설로 일본 사회의 잘못된 여성관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아저씨'의 눈에 소녀들이 보이지 않게 되며 '아저씨'들은 불만스러워하며 당황해합니다.

평소 '아저씨'로 인해 자유롭지 못한 소녀들은 신세계에 행복한 나머지 사고로 '아저씨'가 죽게 되면서 소녀들은 외딴 곳으로 보내집니다.

미래의 외딴섬의 소녀들이 학교 발표 조사를 통해 현실 세계의 여성에 대한 일본 사회를 돌아보는 관점과 진짜 현실 세계의 여성들이 현실사회를 꼬집는 두가지 시점으로 소설은 진행됩니다.


점원과 고객을 위아래로 구분하는 과잉 접객이 양쪽 모두에게 대단히 불행한 것으로 느껴졌다. 무언가 중요하고 공정한 것을 읽어버린 것처럼 보였다.p 37



일본 여행 가보신 분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듯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부담스럽죠.
내가 만약 점원이라면 매일 그런 삶이 지칠 것 같네요.

오히려 서양은 점원과 고객이 동등한 입장에서 캐주얼하게 대화도 하며, 한 인간으로서 모두를 존중해 주는 느낌이 전 정말 좋네요.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웃는 얼굴, 웃는 얼굴, 웃는 얼굴.
그건 텔레비전 안에서나 밖에서나 일본 여자아이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었다.
일본의 남자들이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마땅히 얻을 수 있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것.p43


예전에 일본 친구가 일본 사회는 모두가 너무 여성적인 걸 강조한다며, 자기 주장이 강한 본인은 쎈 여자라서 인기가 없다고 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여성으로서 아기자기하고 예쁜 상품들이 사방에 넘쳐서 한 때는 살고 싶기도 했는데요.
몇 일 생활해 보면서 답답하고 뭔가 옥죄는 듯한 느낌에 빨리 한국으로 오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지금 게이코가 실감하는 현실은 '날마다 레지스탕스'라는 것이었다. 계속 저항하지 않으면 어떠한 순간에든 '아저씨'의 악의에, '아저씨'가 만든 이 사회의 악의에 결박당하고 만다. 언제나 방어하는 것이 당연한 '보통의 삶'을 매일 살고 있는 일본의 여성들. p116



어느 문화건 장단점이 있는데, 일본은 신기하게도 살기 좋은 나라라고 느끼다가도 마음 한구석으론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저자는 제가 느낀 그런 언짢은 부분을 속 시원히 긁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거 같아요.

아 내가 느꼈던 불편함 점이 이거였어!라고요.


영혼은 영원히 충만하게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니다. 불합리한 일을 겪거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영혼은 닳는다.. 우리는 영혼을 오래 지속시키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미와 최애를 만드는 것이다.p129


부당한 일을 당할 때마다 영혼이 닳는다는 표현이 참 와닿습니다.
살아가는 힘을 버티게 해주는 것이 나만의 취미를 갖는 다는데 참 공감이 되네요

요즘 취미에 푹 빠져 사는 중인데, 자신감도 생기고 어느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살아가는데 좋은 에너지를 얻는 거 같아요.



'여고생'과 '교복'은 성적인 대상으로 취급되고 착취당했다고 한다. 성착취가 일상화되어 있었다...신기한 점은, 공포의 시대인 것을 사람들이 온 힘을 다해 모르는 척하며 살았던 것 같다는 것이다.p134

 

일본 사회는 언제나 여성에게 제복을 입히려고 했다. 여성에게 바람직한 복장과 화장이 사회의 통념으로 존재했고....그 기준에 따르지 않을 때 조차 마음속 어딘가에서 자신이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고 의식해버릴 정도로. 여성을 위해 존재하는 여성지조차 여성을 옥죄었다.p142



해외에 있을 때 일본 친구들한테 느끼지 못한 점이 있는데요. 일본사회에서 여성의 암묵적인 룰이면서 사회적 통념인 여성스러울 것에 대한 점입니다.

일본 여성으로서 이런 사회의 문제점을 너무 잘 콕 집어주어서, 괜히 저자를 걱정하게 되네요.

생각해보면 존칭이나 경어는 자신이 존경하는 대상에게 쓰는 것이 아니던가.p227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존칭이나 경어를 쓸 필요가 없는 이유를 사이다처럼 알려주네요.


소설 속, 한국 아이돌들에 대한 언급과 일본이라는 나라는 다른 나라에 대해 분위기를 전혀 읽지 않는다는 음...공감가는 이야기였네요.

일본인이 직접 일본 사회 안에서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써내려 가는 소설인 만큼 현실감 있어서 일본 문화에 관심 있는 분께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