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3 by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1,2권을 한달음에 읽고, 드디어 3권 전반부까지 읽었습니다.
3권이 가장 두꺼워서 후반부 읽을 때쯤에는 마음에 드는 문구들과 기억하고 싶은 내용을 까먹을 까봐 전반부에 한번 기록을 해두려고 합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 3권이 왜 두꺼운지 알았습니다. 꿀잼입니다.
두꺼워도 읽게 되는 마력이 있습니다.
요즘 빠진 차이라떼와 함께 추리소설급 찰진 구성의 대망의 3권을 읽어 나갑니다.
3권의 전반부의 내용은 2권에서 살해된 아버지 표도르의 진짜 살인범이 밝혀지고, 살인의 누명을 쓴 드리트리의 공판이 열리기 전까지의 둘째 형 이반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2권에서 살인범을 예상은 했으나,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의 기술이 너무 뛰어났던 건지, 눈치가 없었던 건지 3권에서 범인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입니다.
방대한 양의 장편소설인 만큼 소설 곳곳에서 인간사의 다양한 면이 보여집니다.
3권 초반에 드미트리로부터 망신당한 2등 대위의 아들인 일류샤가 폐병으로 죽어가는 장면이 나오는 데, 이 부분이 너무 슬픈 장면이라 눈물이 나더라고요. 어리지만 한없이 여린 아빠를 위로하는 장면에서 떠나는 아이가 참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감정선을 한번에 터트리는 도스토옙스키의 글쓰기에 감탄합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불운한 형의 영혼 속에 도사리고 있던 출구 없는 괴로움과 절망의 심연을 갑자기 알료샤 앞에 열어 보인 셈이었다. p197
미챠가 알료샤에게 자신의 무죄를 믿고 있는지 묻는 대목에서, 알료샤가 형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문장이 너무 좋아서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영혼 속에 도사리고 있던 출구 없는 괴로움'이란 표현이 미챠가 유죄로 오해받고 있는 상황을 잘 설명해 주고 있어서 미챠의 괴로운 마음이 십분 이해가더라고요.
요즘 이런저런 일로 다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로 힘든데, 출구 없는 괴로움이 저의 상태를 표현해 주는 거 같기도 해서 뭔가 답답한 마음이 시원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원래 양심이란 게 없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낄 턱이 없잖나 말일세 p300
양심이 없으니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 없다는 말에 실소가 나왔습니다. 이걸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합니다.
인간심리나 인간본성을 무섭게 꿰뚫고 있는 도스토옙스키입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지, 저게 상식적이지 않은데라고 느끼는데, 양심이 없으니 가책을 느끼는게 만무하단 걸 깨달으니 마음 속에 있던 불편함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내가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고서 '호산나'를 부르면 그 즉시 필수 불가결한 마이너스가 사라지고 온 세상에 건전한 상식이 판칠 테고, 그런 상황이라면 아무도 신문 잡지 따윈 구독하지 않을 테고....p310
둘째 아들인 이반이 미망으로 그놈인 사탄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세상사를 참 재미있게 묘사합니다.
정신 착란으로 보이는 또 다른 자기자신이지만, 사탄이라고 주장하는 그놈은 스스로 추잡한 일들을 처리하는데, 그런 생각을 품었던 이반에게 나타나며 세상이 건전하게만 돌아간다면 아무도 신문 따위는 읽지 않을 테니 내가 그일을 하겠다는 말인데요. 소설 중, 인간은 고통을 갖고 살아간다는 내용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부분인 거 같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추잡한 일들이 일어나는 고통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것인가?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만나는 망나니 같은 인간들도 필수불가결한 것인가?하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는 내내 경주 석굴암 본존불상 책갈피를 애용했는데, 사진찍고 보니 이 책갈피 계속 써도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다음엔 완독후기를 남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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